수다, 질투? No. "우마드가 등장하고 있다"
몽골 전문가 김종래씨 '우마드' 책 출간
“흔히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들은 수다스럽고, 잡일에 매몰되며 질투와 허영심이 많다고 폄하돼왔습니다. 하지만 여성을 폄하하는 말들을 이제부턴 모두 장점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최근 ‘여성 유목민’이라는 주제로 ‘우마드(Womad)’라는 책을 낸 김종래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이 지난 16일 서울 영풍문고 이벤트홀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우마드는 여성(Woman)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 김 부국장은 “수다·질투·허영심·잡일과 같은 말은 남성들이 여성들에 붙여준 ‘말의 형벌’일 뿐”이라며 “호주제의 폐지는 서막에 불과하며 패션·언어·생활 전반에 이르기까지 우마드가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다가 여성의 단점이라는 말은 참으로 역설입니다. 아무리 말을 많이 하고 싶어도 재미·정보·논리를 갖추고 유익하지 않으면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다이어트·아파트 투자·자식 과외에 대해서 정보를 갖춰야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수다 챔피언’이 되는 거지요.” 김 부국장은 “예전에 인터넷·강연장이 없고 살림만 하던 시대에는 대충만 이야기하는 ‘제네럴리스트’만 해도 됐지만, 지금은 수다에도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며 “문법이 틀려도 컨텐츠가 좋아야 하는시대”라고 역설했다. 김 부국장은 “정치인들의 쓸데 없는 거짓말은 여성들의 수다만 못하다”고 말했다.
김 부국장은 여성 유목민의 두번째 장점으로 ‘홀로 서기’와 ‘시(時)테크’를 들었다. “흔히 남성들이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고 보이지만, 그들의 네트워크는 자신의 네트워크가 아니라 조직의 네트워크일 뿐입니다. 출근하면서부터 보고하고 일하고 술먹고 퇴근하는 것까지 모두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하잖아요. (웃음) 조직은 홀로 서는 대신 조직 속의 남성은 홀로서기를 하지 못했어요.” 김 부국장은 “남성들은 조직을 떠나는 순간 네트워크마저 잃어왔지만, 여성들은 지금까지 홀로서기 싫어도 의탁할 조직이 없어서 광야에서 맹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우마드―여성시대의 새로운 코드, 김종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김 부국장은 “홀로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의 주인들이 돼야 한다”며 “설거지와 휴대전화 통화를 따로 할 수 있고, 매사를 분 단위·초 단위로 나눠 일을 할 수 있는 여성들, 복덕방과 학부모들의 교육 걱정이라는 전혀 다른 대화를 초 단위로 구분해 할 수 있는 여성들이야말로 홀로서기의 주인공”들이라고 말했다. 김 부국장은 “시간의 주인공으로 시간을 경영하고 자생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이 여성들에게 엄청나게 중요하다”며 “잡일을 통해 훈련하고 실전형 홀로서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우마드’”라고 말했다.
김 부국장은 여성의 또 다른 장점으로 질투와 투기를 들었다. “사촌이 땅 사면 기분이 나쁜 것이 당연해요. 경쟁을 통해야 잘 될 수 있는 겁니다. 남성들은 파벌·권력투쟁·지연·학연으로 늘 싸우면서 여자들에게는 ‘투기하지 마라’고 합니다. 질투야말로 ‘노블리스’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원나라 마지막 황제인 순제의 제1황후까지 올라갔던 고려 여인 기황후 역시 질투와 도전의식으로 이를 악물고 거기까지 올라갔던 거지요.”
김 부국장은 우마드의 마지막 특징으로 ‘윈·윈(Win·Win)’을 들었다. “우마드는 가족의 성공과 조직내 개인의 성공을 모두 성취하고자 합니다. 돈에 관심이 많지만 대물림보다는 잘 쓰는 일에 주목하고, 명품을 선호하되 집착하지 않고, 이민을 꿈꾸면서도 ‘우리 이웃’을 위해 자원봉사에 나설 줄 안다는 것이죠.” 김 부국장은 몽골의 옛 영화와 한국의 현실을 오버랩시키며 정보·속도를 중시하는 마음과 세상을 향해 질주했던 진취적 유목민 성향을 복원하는 것이 진정한 우마드의 길이라고 말했다
# by 하늘색스웨터 | 2004/01/20 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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